로아신경과의원
왕민정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나 간병인을 곤욕스럽게 하는 증상 중 하나는, 환자가 옷에 소변이나 대변 실수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금이 단순한 치매증상이 아니라 의학적 원인에 의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자세한 관찰과 감별이 필요합니다. 실금은 방광염, 전립선 비대증, 탈수증상, 약물 또는 다른 내과적 문제, 골반 근육의 약화, 설사, 과민성 대장 증후군, 변비 혹은 숙변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가 실금을 보일 때에는 하루 중 언제 실수를 하는지, 얼마나 자주 소변이나 대변을 보는지, 대소변을 볼 때 고통스러워 하는지, 최근 환자의 혼란이 급격히 더 심해지지는 않았는지, 새로운 환경으로 이사를 간 것은 아닌지, 옷에 실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지 않은 곳 (옷장이나 베란다 등)에 소변을 보려 하는지, 화장실에 가는 도중에 실수를 하는지, 열이 나지 않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치매가 진행되면서 환자는 소변을 보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지 못하거나, 소변이 나오기 전에 적절하게 화장실에 도착할 수 없기도 합니다. 이 경우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을 가게 하거나, 환자가 입고 있는 옷을 간소화 하고, 단추나 지퍼가 적은 옷을 입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환자가 밤에만 실금 현상을 보인다면, 저녁식사 후의 수분 섭취량을 줄이고, 낮 동안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침실과 화장실에 야간 등을 켜 두어 쉽게 화장실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간혹 환자가 화장실이 아닌 다른 곳 (꽃병, 옷장, 휴지통 등)에 소변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화장실 위치를 못 찾거나 혹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변기를 대체할 장소를 찾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실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정해두면 좋은데, 두 시간마다 화장실에 가는 것을 권장합니다. 간혹 화장실에 데려가면 일을 보지 않고, 나중에 옷에 실수를 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런 경우 환자가 일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보호자가 밖으로 나가있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화장실이 편안하며, 환자가 불편 없이 변기에 앉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변기에 앉아 있을 때 환자의 발이 화장실 바닥에 닿아야 하고 붙잡을 손잡이도 있어야 합니다. 환자가 계속 움직인다면 뭔가 집중할 수 있는 것을 주거나 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실금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저귀를 사용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기저귀는 환자의 자존감에 악영향을 끼치며, 유아적인 행동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물론 보호자의 상황과 환자의 반응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기저귀보다는 규칙적으로 환자를 화장실에 데려가거나, 필요한 경우 기저귀를 야간에만 착용하는 것이 더 이상적인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실금을 예방하기 위한 약물적 치료는 아직 연구가 부족합니다. Duloxetine과 같은 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 가 external urethral sphincter 의 활동을 높여 요실금을 64%까지 줄일 수 있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요실금 치료제로 흔히 사용되는 Oxybutynin의 경우 인지저하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었고, trospium, solifenacin, darifenacin, fesoterodine 등도 아직은 근거가 부족합니다. 나이, 노쇠 정도, 치매의 정도가 약물적 치료에 장벽이 되어서는 안되지만, 총 anticholinergic load 에 대한 고려는 필요합니다. 현재로서는 치매환자에서 실금증상의 약물적 치료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각 개인의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조절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실수를 했을 때 비난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금증상은 환자 자신에게도 매우 당혹스럽고 자존감이 저하되는 증상이기 때문에, 불쾌감과 우울감을 악화시켜 인지 증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간병인과 가족들은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